2021 도시예술 프로젝트
도시의 형(形)위에 빚는 상(Image)
도시예술 프로젝트 ‘도시의 형(形)위에 빚는 상(Image)’에서는 지역에 존재하지만 사람들의 인식 밖에 있던 ‘대명원’, ‘학성동 희매촌’, ‘캠프 롱’에 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로 담아 내었다. 이 전시는 원주 학성동 희매촌 지역에서 열리게 되었고 재개발을 앞둔 성매매 집결지로 알려진 이곳에 사람들은 찾아오게 되었다. 지난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가졌던 이 장소의 경계를 넘어 사람들은 발을 딛게 되었고 불편함의 감정보다 장소가 가졌던 삶에 대한 공감의 감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지각(知覺)된 공터
-Artist 구지은-
구지은 작가의 <가림-막>은 대상지이자 전시 장소인 희매촌을 온라인 지도의 '인공위성 사진'과 '거리뷰'를 통해 탐색하고 발견한 장소들의 변화에 집중한 작업이다. 도시의 흉물을 가리는 용도이거나, 공사장에 반복적으로 설치와 철거되는 가림막을 활용한 작업으로 희매촌의 변화된 장소의 이미지들을 콜라주로 재해석 한다. 전체를 뚜렷하게 볼 수 없는 시각적인 불편함은 거리뷰 지도에서 특정 장소들이 블러(Blur) 처리된 불투명한 경계 지점과 맞닿아 있다. 가림막은 무엇을 가리기 위한 목적과 반대로 화려한 시각 장치의 주체가 되어 제한된 환경의 폐쇄된 개방성을 드러낸다.

향기로 남은 자리
-Artist 김진아-
대명원을 작품 대상지로 재해석한 김진아 작가는 장소에 대한 기억이 후각으로 남겨지는 점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대명원을 방문하기 전 수집한 정보는 한센병에 대한 오해, 격리, 각종 소문, 양돈, 양계 등의 이야기였다. 그 중 작가에게 인상 깊은 이야기는 원주 시민들에게 대명원은 그 주변을 지날 때 나는 닭 똥 냄새로 기억되는 장소라는 것이다. 작가가 둘러 본 대명원은 시민들이 기억하는 냄새, 재개발로 사람이 없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곳곳에 심은 들깨 밭과 깻잎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가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 <향기로 남은 자리>는 대명원의 주민이 기른 들깨 표본과 들기름의 향기를 맡는 경험을 통해 대명원과 우리의 일상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심리적 경계를 허물고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기억 속에 남기고자 한다.

도시의 관성
-Artist 송주형-
도시는 거주지를 넘어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유기적 복합체이며 관성의 논리로 개인의 삶에 끝없이 개입한다. 송주형 작가는 우리가 도시라는 외부환경에 이동하며 살아온 과정을 이번 전시로 담아내고 있다.
한국전쟁은 우리의 삶이 외부적 환경에 의해 무너지는 사건이었다. <검은 물결>은 전쟁의 참상이자 삶의 흔적을 뒤덮어 버린 외부적 존재를 아스팔트에 빗대어 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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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지의 계급화는 희매촌과 대명원을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이라는 차별적 장소로 인식하고 재개발한다. 그곳을 오랜 시간 살아온 사람들은 또 다시 자의가 아닌 환경에 의해 흩어진다. 이러한 도시 모습을 작품 <신도시>를 통해 재개발되는 도시 풍경, 대명원, 희매촌을 상징하는 다양한 도시 삶의 모습으로 제작된 영상이다. 모니터를 중심으로 둘러싼 투명한 줄은 작품과 관객 사이에 경계를 만드는데 대상지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장벽을 상징한다.

우리도 같이 살아요
-Artist 신예진-
신예진 작가는 '자연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을 한다면 그 형태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을 통해 이제 곧 재개발로 사라질 대상지의 모습을 직시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자 하였다.
작가는 재개발을 앞둔 '학성동 희매촌'의 빈 영업소를 대상지로 삼는다. 이곳의 내부는 미로와 같은 복도와 방들로 이루어져 있어 마치 개미굴을 연상하게 하고, 또 어떤 구멍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도 준다. 윤락가 여성과 군인들이 함께 화려한 밤을 보내던 이곳은 폐허가 되어 곰팡이와 거미, 이끼들로 가득한 공간이 되었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영업소의 모습은 폐허이지만 자연의 시선에서 과연 이곳이 폐허로 보일까 사람들이 빠져나간 퀴퀴하고 어두운 영업소는 자연이 살아가기에는 최적의 환경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생각 속에서 작가는 폐허가 된 대상지를 자연이 다시 회귀하여 그들만의 축제를 열고 있는 공간으로 재해석한다.

여기 내가 있었다
-Artist 신호윤-
어떤 공간 또는 어떤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는 것은 자의적 선택과는 거리가 있음에도, 인간을 평가하는 요소로 현대사회에 가장 강력한 기준이다. 이러한 평가는 주변의 환경이나 자신의 처지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유년기는 보호자의 여건에 의해, 성년 이후는 자신의 처지에 의해 결정된다.
어떠한 사회적 요인을 무시하고 스스로 자신이 속할 거주 공간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특권임이 분명하다. 신호윤 작가는 대명원과 희매촌, 두 커뮤니티 지역에서 이 기준을 다시 경험하게 된다.
작가 역시 불행한 삶, 우울한 인생, 시대의 아픔, 현대사의 부끄러운 치부처럼 지역의 표피적 지식으로 장소를 일반화된 잣대로 평가하였다. 하지만 두 장소의 내면을 관찰하며 그 안에서 삶을 발견하게 되었고 몇 가지 일반화된 기준과 다른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었다. 희매촌의 어느 집 안 한쪽 벽에 가득했던 아이들의 낙서, 영업소의 작은 방 창에 붙어 있던 낡은 가림막 장식, 대명원에서 자란 사람의 무용담과 낡은 성당 공소에서 보통의 삶을 보았다. 그리고 작가는 내재된 기억으로 구성된 일반화된 잣대의 오류를 발견한다.
'일반화된 잣대를 없애고 싶다'라는 생각에서 작가의 작업은 시작된다. <여기 내가 있었다> 작품은 희매촌의 빈집의 내부 공간을 흰색 한지로 감싸고 벽에서 나온 밝은 빛이 공간을 채운다. 백색의 공간은 과거 이야기를 품고 있는 오래된 주택에 행해질 어떠한 평가도 개입되지 못하도록 여지를 주지 않는다. 이 공간에서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낄 것인가, 무의(無意)의 공간 속에서 다시 채워질 어떤 이야기에 대한 기대가 담겼다.

시선
-Artist 오승은-
새로운 도시 이미지를 만드는 원주는 역할이 끝나거나 오래된 장소를 정리하고 있다. 우리는 신도시처럼 새로운 장소와 소외, 고립, 오래된 지역을 계급으로 분류한다. 희매촌, 대명원, 캠프롱 역시 그 곳에서 제 몫을 사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소외된 지역이라는 표피적인 이미지로 평가되어 재개발을 통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오승은 작가는 이러한 도시의 현상을 만든 것은 우리의 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작품 속 편견과 차별로 세상을 보는 사람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직시하게 한다.

장소(場所)
-Artist 정재엽-
한국전쟁 이후 원주에는 다양한 장소들이 만들어졌다. 캠프롱과 희매초 ㄴ역시 원주가 새로운 도시 이미지를 만들어 감에 따라 탈바꿈될 시기에 놓여있다. 미군기지와 성매매 집결지의 사람들은 자의와 상관없이 거주지를 떠나 다른 도시로 이주한다.
정재엽 작가는 장소가 담고 있는 순환되는 삶을 작품으로 제작한다. 이는 한때 그 장소를 이뤘던 삶이 그곳에서 사라짐에도 어딘가에서 그 삶이 다시 싹을 틔우고 또 다른 장소를 이룬다. 작가는 도시에 자리했던 흔적과 그 터에서 사는 주민의 삶을 도시의 식물로 비유하고 도시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을 모색하듯 다양한 삶이 있는 장소가 우리와 함께 살 수 있는 접점에 대한 고민을 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죽음으로 경계는 허물어졌다.
도시의 죽음을 기억하라
여기 도시의 한 장소가 있다.
도시의 삶과 함께 시작하였지만 드러낼 수 없는 부끄러운 치부의 장소였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곳이지만 누구에게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장소였기에 이곳을 거닌다는 것은 목적이 필요한 곳이었다.
죽음으로 문을 열었다.
어느 것 하나 아름답다 할 수 없는 모습이다. 길가의 어지럽게 깨져 있는 거울 조각, 유리 조각들은 내가 밟은 작은 돌이 곧 신발을 뚫고 들어올 것 같은 유리 조각으로 느껴지게 한다. 무너져가는 집터 한 쪽에 쌓여 있는 목재에 박힌 못은 언제든 내 몸의 어딘가를 뚫고 들어와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 것 같다. 이 장소를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위험과 불안으로 몸을 감싼다.
그러나
이곳은 지금이 마지막이다.
우리가 죽음을 마주하는 순간에는 대상의 외면에 평가하지는 않는다. 죽어버린 대상은 어떤 아름다움도 내려놓은 순간이지만 바라보는 우리도 아름다움의 기준을 내려놓는다. 어떠한 모습의 대상이라도 숙연한 태도로 자신과 함께한 순간을 애써 떠올리며 죽음의 대상과 연결된 나를 찾고 있다.
도시의 죽음을 가로질러 걷는 길.
도시의 죽어가는 낯선 모습에 우리는 무엇을 떠올릴 것인가? 우리는 신도시와 같이 도시의 삶이 시작하는 순간을 기대감으로 마주하는 경험은 많지만 도시의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 경험은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도시의 죽음을 가로지르는 길에는 삶의 잔해들이 남아있다. 이 흔적 속을 거닐다 이 장소가 살았던 삶을 떠올리거나 감정이나 의미를 느끼게 된다면 그 장소에 애도의 꽃을 놓아 도시의 죽음을 기억하자.







































